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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얘기를 듣습니다. 

"나는 타고난 성격 자체가 솔직해서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바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나는 성격이 직선적이어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서는 못 배깁니다."
"아니, 속에선 미움이 생기는데 어떻게 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수가 있지요? 그건 위선이 아닌가요? 나 자신과 상대방까지 속이는 태도 아닌가요?"

다시 말해 비판이나 바른 소리 되바라지게 잘하는 것이나, 좋고 싫은 것에 대한 즉각적이고 직선적인 표현들을 타고난 성격이나 정직성과 결부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위의 말들은 사실상 나는 인격이 아직도 성숙하지 못했다 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는 세 축은 지성과 감정과 의지입니다. 
인격이 성숙되어 간다는 말은 이 세가지 요소가 서로 균형 잡힌 상태로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들을 압도한다거나 지배하게 되면 그 인격은 비뚤어지고 미성숙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성이 감성과 의지를 앞서면 자칫 교만하고 차가운 사람이 되기 싶고, 의지가 지성과 감정을 앞서면 무모하고 미련한 저돌적인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어떤 경우일까요? 
그렇습니다. 감정이 지성과 의지를 앞서거나 압도한 상태입니다.

내 속에서 끓어오르는 어떤 감정이 과연 올바른 가치 기준에 따른 판단(이성)에 의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점검해 보려는 의지적 태도없이 그 감정을 곧바로 터뜨리는 경우인 것입니다. 
내 속에서 순각적으로 솟구쳐 오르는 그 마음이나 분노가 과연 진정한 의분인지 아니면 단지 내 생각과 틀리기 때문에 생겨난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분노인지를 신중히 살펴볼 의지력이 없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즉각적으로 터뜨리는 분노의 반응이 (잘못된 근거에 의한 분노일 수도 있는데) 그 상대방에게 어떤 상처가 될 지에 대해선 손톱만큼도 생각치 않는 지독한 이기적인 태도, 자기 중심적인 태도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요, 화끈해서 그 자리에서 다 까발리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다 이야기해 버리지만 뒤끝이 없는 사람입니다. 
괜히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속으론 꽁하게 있는 사람들 보단 훨씬 낫지 않아요? 
그리고 타고난 성격이 그러니까 어쩌겠어요? 나를 이해하시라고요. 공연히 상처받지 말고!

이런 사람들의 말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입니다.

1. '나는 뒤끝이 없는 사람입니다' 
2. '난 원래 이런 성격이니까 나로 인해 상처받지 말라'

뒤끝이 없다는 말은 뒤에 두고두고 어떤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인데, 그런 말은 사실일 수도 있고, 또 이들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성격은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못된 소리를 퍼부어 놓고도 하룻밤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태연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뒤끝이 없을 수 있지는 모르지만 그 상대방은 전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마치 울컥하는 마음에서 상대방의 팔을 잡아 비틀고 순간적으로 칼을 꺼내 상대방의 옆구리를 찔러 놓고는 그 다음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을 찾아와서

"어? 어제 무슨 일 있었어? 글쎄, 난 지나간 일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체질이라서, 그리고 어제 그까짓 일로 이지경이 되다니 이게 뭐야? 내가 분명 상처입지 말라고 그랬잖아. 자자, 어제 일은 없었던 걸로 하고, 잊어버려."

하는 것과 꼭 같습니다. 
그 사람은 칼을 순간적으로 꺼내 상대방의 옆구리를 찔러 놓고도 하룻밤 자고 나면 '나는 어제 일은 기억하지 않는 성격이다' 라고 태연하게 할 수 있을 지 모르나, 이제 그 사람이 휘두른 칼에 옆구리를 찔린 사람은 오래오래 그 상처로 고통을 겪고 신음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말이라고 칼보다 덜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칼보다도 감정적인 말 한마디가 더욱 더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대신 뒤끝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자기 행위에 대한 합리화요 변명일 뿐입니다. 
'내 성격이 원래 그래서 그런 걸 어떻게해!'라는 말도 상대방이나 타인에게 대한 배려를 할 줄 모르는 자기 중심적(이기적)인 태도, 즉 미성숙한 자기 인격에 대한 변명일 분입니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즉흥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솔직한 것이나 정직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사실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나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 신중히 좀 더 인내한다고 해서 위선이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오히려 진정한 선 혹은 진정한  의를 드러내기 위한 기초적 태도입니다. 
즉흥적인 감정 표출이나 상대방에 대한 공격은 정직, 솔직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절제력(의지)의 결여를 의미할 분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나는 충동적입니다. 나는 보다 신중하지 못합니다. 나는 다른 이들을 좀 더 배려해줄 줄 모르는, 모나고 미성숙한 인격의 소유자입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성내는 것을 더디하라"(약 1:19,잠 14:17)


고 명령합니다. 

미움이나 분노를 보류하고 억제하는 의지력을 가동하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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